
마이 워홀 다이어리♥ 그 세 번째 이야기! 너무 적지도 너무 많지도 않은 나이 서른… 생애 마지막 해외생활의 기회를 누리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일본 오사카로 워킹홀리데이를 오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조금 난감한데, 오사카에서 생활을 시작했던 4월은 한 달 내내 흐리고 비가 내렸다. 뭐 그 조차도 촉촉하고 몽환적인 기분이 들어 나쁘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야외활동을 하기에는 다소 불편하다는게 변치않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집콕 생활을 이어가던 중에 어느 순간 비가 그치고 햇볕이 들기 시작하면 내 몸은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잠시라도 밖으로 나가 일본에 있다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서 준비하는 것이다. 필자는 집 안에서 가만히 있으면 나태함과 무기력함으로 일체 꼼짝하지 않다가도 무언가 해야한다는 자각(혹은 명분)이 생겼을 때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명확하게 움직이게 된다. 한없이 비가 쏟아지던 2015년의 어느 봄날 또한 그랬으리라…

바쁘게 준비해서 향한 곳을 바로 오사카성이었다. 오사카는 물론 일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에 랜드마크였기에 정말 가보고 싶었다. 지하철역에서 내리자마자 친절하게 써놓은 안내판을 따라 올라오니 광활하게 펼쳐진 공원의 규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게다가 아름다운 벚꽃까지 만개하였으니 들뜨는 마음을 도저히 진정시킬 수 없었다.

비단 필자 뿐만 아니라 오사카성 공원을 방문한 모두가 즐거워 보였다. 알다시피 일본의 봄날하면 하나미(花見:꽃놀이)라고 해서 너도 나도 벚나무 아래에 자리잡고 앉아 술이나 도시락을 즐기는 풍경이 익숙하다. 그러한 정보는 아마도 고등학교 때 제 2외국어(일본어) 수업시간이나 영화/애니메이션 등에서 접하였을 터인데, 직접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따뜻한 봄날 오후의 낮잠 속에서 꿈을 꾸고있는 것만 같았다.

공원의 자연이 주는 풍경도 괜찮았지만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조형물들이 좋았다. 차량통행을 막는 구조물 조차도 아기자기한 매력이 담겨져 있었다. 비록 단단한 쇠붙이 일지라도 필자처럼 들뜨는 마음으로 방문한 여행객에 있어 반갑게 맞이하는 새들과 같았다. 잠시동안 멈추어 서서 그 경쾌한 지저귐을 눈으로 감상해 본다. (♬)

슬슬 해자垓字가 나오기 시작한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오사카성 공원의 광활함에 이 또한 한 몫을 하고 있다. 성을 둘러싼 거대한 인공 구조물은 사람이 오사카성까지 쉽게 당도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오사카성에서 몇 시간동안 걷고나서 뻗었던 경험은 훗날 쉐어하우스 매니져를 하면서 만난 수많은 여행객들에게 있어 유용했던 Tip(여행일정에 있어 체력안배…) 중 하나가 되었다.

해자로 탁 트여서인지 그 덕분에 어느 위치에서 어느 각도로 찍더라도 운치있는 사진이 나온다. 공원의 우거진 나무들 너머로 도심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좋았다. 자연과 도시의 조화랄까? 뭔가 모순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현대적인 도심에 살면서도 자연을 너무 가까이 혹은 너무 멀리 두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벚꽃이 얼마나 아름답게 피었는지 인증샷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혼자서 방문하였기에 카메라에 타이머를 맞춰 놓고서 원맨쇼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나무들에 가려서 잘 안보이지만 방문객이 어마무시했다. 잘못하면 추락할 수도 있는 난간에 매달려 조금 위험했지만, 필자의 일본생활에 있어 몇 안되는 인생샷이 이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웃음~)

드디어 오사카성이 보인다. 여정의 종착지(빠져나갈 발걸음까지 포함한다면 이제 절반?)가 멀지 않았다. 빌딩들만 바라보면 마치 합성해 놓은 듯한 모습이 펼쳐진다. 나중에 방문하게 되는 히메지성이나 나고야성과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면, 현대 건축물이라는 점이다. 오사카성은 과거에 불타서 사라진 성이기 때문인데,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되어 있으니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성은 일본에 있는 그 어느 성보다도 유명하다. 과거 일본의 전국시대를 통일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웠다는 사실 때문일 수도 있고, 현재 세계적인 도시인 오사카라는 이름이 가져다 주는 유·무형적 가치 때문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확실한 점은 처음 오사카를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필수코스라는 것이다. 단, 몇 시간을 걸어야 하니 편안한 복장과 운동화를 착용하길 권한다.

앞으로도 자주 언급하겠지만, 우리나라에 오사카성 정도의 랜드마크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물론 수도인 서울이라던가 수원과 같은 역사적인 도시라면 비교적 찾기가 수월하지만, 필자가 태어나서 자란 부산에서는 부산타워나 마린시티로는 무언가 아쉬움이 있다. 그나마 해양도시의 광안대교가 괜찮긴 하지만, 간혹 몇몇의 매체들이 일본 도쿄의 레인보우 브릿지와 혼동하여 사진을 게재하는 경우가 있어 담당자에게 전화까지 한 경험이 있다. 대한민국 곳곳의 랜드마크 찾기… 이는 문화관광콘텐츠학을 연구했던 필자에게 있어 일생일대의 과제가 아닌가 싶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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