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살아있다

 

 

무엇이든지 처음하는 일은 각별하다. 필자 또한 처음으로 했던 아르바이트가 가장 강렬한 기억에 남아있다. 갓 사회인이 되어 아직 학력 밖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여백의 미가 충만한(?) 이력서를 들고서 아무런 기준도 없이 아르바이트 일을 구하기 위해 떠돌아 다녔던 겨울날이 있었다. 그렇게 추위를 뚫고서 찾아낸 생애 첫 아르바이트는 하루하루가 새로웠고, 현재까지도 업무를 임하는 자세에 있어 기본적인 틀이 되었다. 비록 손바닥만큼 작고 아담한 매장이었지만 나름 부점장이라는 직함을 달고서 애정을 듬뿍 받았던 편의점 근무 경험자로써 예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겨본다.

 

 

My Workplace <사진=cyworld.com(2005)>

 

 

인사만 잘해도 인생이 바뀐다

 

다들 한 번쯤은 들어 본 적이 있고 사회생활의 기본으로서 공감하게 되는 격언인데, 가장 쉬운면서도 어려운 일이 바로 인사라 생각한다. 인간이란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동물로서 때와 상황에 따라 기분과 분위기가 다다르다. 하지만 지금 막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오는 손님께선 편의점 근무자의 상황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미소와 경쾌한 인사를 건넨다면 손님입장에서는 기분이 급 상쾌해지면서 근무자를 의식을 하게끔 이끈다. 의식을 한다는 말은 곧 상대방을 인격체로써 존중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고, 본인의 언행을 삼가하게 되므로 상호간에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된다. 물론 심신의 상태가 평안하지 못하거나 바쁜 생각으로 인해 예외인 손님들도 계시겠지만, 단언컨대 거의 대부분의 아르바이트는 인사만 활기차게 잘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Welcome!” <사진=cyworld.com(2005)>

 

 

내가 손님이라고 가정하고 고민해 본다

 

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란 사자성어와 그 맥이 같다고 볼 수 있는데, 어느 서비스업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자세리라. 우선 본인 스스로를 손님으로 가정해 본다. 내가 손님이었을 때 시선과 행동, 즉 가게 밖에서부터 관찰해 보고, 문을 열고 들어와서 물건을 고르고, 계산하여 문 밖을 나서는 순간까지를 떠올려 보는 것이다. 먼저 가게 밖에서 보았을 때 계단과 유리문이 청결하고 밤에는 간판불이 온전히 다 켜져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게 안에 들어서면 경쾌한 인사와 함께 쾌적한 공기가 감돌면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가게의 물건들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데 특히 상품명이 눈에 잘 들어오도록 배치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왕이면 냉장식품이나 음료수들이 자신들의 얼굴과 이름이 잘 보여지게 진열하는 것으로 하루빨리 제 주인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이 작업에서 유통기한까지 확인해 준다면 센스쟁이! 물건을 다 골랐다면 계산대에서 한번 더 밝은 인사와 함께 아이컨텍(Eye contact) 후 신속하고 정확한 거래절차를 밟는다. 여기서 예상되는 질문(포인트적립, 주변지리, 할인행사 등)이나 대화(건강, 날씨, 간단한 판매영어 등)까지 준비되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숙련자… 마지막으로 모든 만남은 시작이 중요하지만 끝도 매우 중요하다.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과 다시 찾아오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작별의 인사를 고하라.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Cleaning <사진=cyworld.com(2005)>

 

 

술담배와 십이지 (十二支)

 

필자가 편의점 업무에 있어 가장 힘든 점을 꼽는다면 미성년자 손님들의 담배 구입이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옛부터 불만을 품고 있다. 유흥업소나 편의점에서 미성년자에게 술담배를 판매를 하다가 적발시 처벌은 받는 쪽은 주로 판매자측이다. 본인이 성인이라 주장하며 사기를 쳤는데, 왜 사기당한 쪽만 처벌을 받는 것인가? 물론 주민등록증 철저하게 확인해서 판매하면 되지 않으냐고 반문 할 수 있겠지만, 어중간한 외모(?)의 손님들이 때마침 신분증이 없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이런 분들께 정중한 자세로 판매가 어렵다고 사과를 드려도 열에 아홉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진짜 성인이라면 다소 황당할 지라도 동안(童顔)임을 강조하여 위안으로 삼을 수 있을 터이나 대부분의 미성년자는 막무가내이면서 끈질긴 편이다. 애초에 물건을 안팔면 우리가 손해인데 마치 자기들이 손해보는 것처럼 폭언을 내뱉는다. 이럴 경우에 필자가 가진 최후의 수단은 갑자기 태어난 연도와 띠를 여쭈어 보는 것. 대부분의 성인들은 즉답을 하거나 덤덤한 표정인데, 약간 움찔하는 구석이 있으면 미성년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계략(?)을 간파하거나 성인행세가 완벽한 분들은 판매할 수 밖에 없다. 경찰관처럼 개인의 신상정보를 마음대로 조회 할 수도 없는데 어찌 일일이 파악하여 판매가 가능하겠는가. 물론 자발적인 금연이야말로 최고의 방법이겠으나 어떻게든 담배를 피고자 한다면 판매자 뿐만 아니라 구매자도 엄중하게 처벌받는다 널리 인식되어 미성년자 분들이 담배 구입을 삼가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Display <사진=cyworld.com(2005)>

 

 

편의점 왕국, 일본은?

 

일본은 골목마다 편의점이 있을 정도로 매장 수가 많고, 머리 정수리가 보이게끔 인사하는 친절함 뿐만 아니라 흡연장소, 공중화장실 등 그 역할도 다양하여 편의점 왕국이라고도 불리운다. 필자는 일본에 살면서 편의점을 자주 애용 하였는데,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있거나 배울 점도 많기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 몇 가지만 꼽아보았다.

 

첫째, 모든 담배가 진열된 순서대로 번호표가 붙어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담배의 진열된 위치부터 외워야 하는데, 밖에 차를 세워두거나 급한 용무 도중에 담배를 구입하러 오시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즉시 꺼내드릴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신입시절에는 아무래도 긴장이 많이되고, 필자는 비흡연자인지라 더욱 헷갈리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편의점에서는 번호표가 다 붙어있어서 손님이 번호를 부르면 간단하게 그 위치에 놓여있는 담배를 꺼내면 되기에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편의점에도 100엔(혹은 할인) 매장이 따로 있다. 각 매장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료품이나 판매율이 저조한 비인기 상품만을 모아서 판매하는데, 필자는 일본에 살면서 생활비가 바닥을 드러났던 정착 초기에 크나큰 힘이 되었다. 점주들은 어떻게든 재고를 처리할 수 있고, 형편이 어려운 소비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들을 구매할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매장 내의 분위기이다. 일본 또한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라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불꽃놀이(여름축제의 상징),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꽃 장식물로 꾸며져 있다. 이는 빠듯한 일상생활 속에서도 자연은 변화한다는 계절감을 느끼게 해주는 동시에 어느새 부턴가 메말라있던 감성을 자극해 주고는 하였기에 꽤나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Refrigerated Beverages <사진=cyworld.com(2005)>

 

 

만만하면서도 만만치 않은 편의점

 

흔히 편의점이라는 판매서비스는 비교적 수월하면서 만만할 수도 있는 업종이라고 인식된다. 하지만 누군가가 말했듯이 세상사 쉬운 일이란게 없다. 저마다 장단점이 있고 고충이 있기 마련인데, 편의점 업무 또한 나름 빡빡한 일정에 속에서 쾌적한 매장환경을 유지하며 방문고객 한분한분을 소중하게 맞이해야 하기에 전적으로 쉽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가끔씩 편의점에 방문하여 계산대에 서있으면 근무자는 손님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무언가 바쁘게 작업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재고정리나 물품진열이 시급한 업무일 수도 있으나 손님이 계산대에 서있는데 신경도 안쓰고 제 할 일을 한다는 것은 물건을 팔고자 하는 자세가 아니므로 바람직한 서비스마인드가 아니라고 본다.

 

필자는 각 업종마다 근무자의 자세 하나가 업계의 이미지를 결정짓게 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소위 ‘격’이라는 것을 결정짓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해당 업종 종사자의 마인드임을 인식하게 되는데, 편의점과 같은 판매서비스 근무자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덧불여 지금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손님도 하나의 인연(因緣)으로서 언젠가 또다시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자. -FIN

 

 

Regular Customer <사진=cyworld.com(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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