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알바를 시작한지 어느덧 한 달째, 편의점 하나로는 여행경비가 충당이 안됐던 상황에 직면하여(당시 최저 임금은 시간당 무려 2,480원_-;;) 또 다른 일을 하기로(이른바 투잡Two-job) 결심하게 되었다. 이력서나 면접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이골이 난 상태였고, 무엇보다 교통비를 아낄 수 있도록 도보로 출퇴근이 가능한 일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처음 눈에 들어온 곳이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옛 법원) 사거리에 위치한 2삭 토스트였다.

2삭이라는 상호명에서 살짝 짐작 할 수 있겠지만, 어느 종교와 관련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얼핏 듣기로는 목사님의 추천이 있어야 개업이 가능하다느니 매주 일요일(안식일)은 절대 영업 불가하다느니 등의 여러 말들이 있었으나 군입대를 3개월 앞둔 청년에게 있어 전혀 문제가 될 수 없었으리라.

미리 연락을 드리고서 이력서와 주민등록등본을 챙겨 방문하였는데, 2-3평 남짓한 조그마한 크기에 젊은 신혼부부가 운영하는 매장이었다. 원래는 새 신부 남동생 분이 같이 일하시다가 군입대(…)를 하시게 되어 급하게 구하던 중이었는데, 나와 사정이 비슷하면서 일손이 급했던 터라 다음날 바로 출근하는 걸로 결정되었다.

4月의 따스한 봄날, 캠퍼스 주변이라 그런지 아침식사를 미처 못챙긴 대학생들이 주를 이뤘고, 그 외에 직장인이나 외국인들이 간간히 방문하는 정도였다. 매장 내부는 냉장고와 싱크대가 공간을 차지하여 대부분을 포장 손님들. 바쁜 시간대는 기본적으로 2인 근무체제로 한 사람은 불판에서 계란과 함께 속에 들어갈 재료를 굽고, 한 사람은 빵을 적절하게 구우면서 소스와 냉장재료 토핑하고 계산을 미리한다.

신입 때는 메뉴와 가격을 외우고서 보통 빵부터 굽기 시작하는데, 전기열판에서 서서 하는 업무이므로 손목이나 팔에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에 어느 매장이든지 돈 계산은 10원도 틀리지 않도록 철저하자. 그렇게 익숙해 지면 토스트 가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불판 앞에 서게 된다. 불판을 청결하게 유지하면서 빠르고 정확하게 조리를 해야 하는데, 바야흐로 여름이 다가온다면 그 열기(♨)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여름이 다가온다는 말은 곧 불판 주변이 용광로 같은 열기를 느낄 수 있음과 동시에 생과일 주스 기계가 멈추지 않음을 의미하게도 했다. 이때부터는 거의 3인 체제로 돌아가야 하는데, 한 사람은 준비해 놓은 생과일이 동이 날 때까지 갈아야만 한다.

생과일 주스에는 딸기 키위 토마토 바나나 등이 있었는데 키위는 과도를 사용하여 미리 껍질을 벗겨서 4조각으로 잘라 냉장보관을 하기에 가장 손이 많이 갔다. 그런데 준비해 놓은 키위가 바닥나면 그 자리에서 껍질을 벗겨 4조각을 갈라 믹서기에 넣어버린다. 비로소 필자가 인간이란 존재는 극한에 다다르게 되면 초인과 같은 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체감하기 시작한 때 였다.

2~3시간 동안 생과일 주스를 갈아본(?) 사람으로서 꿀팁을 드리자면, 과일 본연의 단 맛은 보통 딸기 바나나 토마토 순이고 키위는 쓴 맛이 매우 강하다. 이 말은 곧 설탕의 첨가 정도를 가늠할 수가 있는데, 높은 당도를 유지하면서 설탕이 적은 주스를 마시고 싶다면 딸기가 최고이다. 게다가 상반기에는 딸기 크기도 작기 때문에 많은 갯수가 들어가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우 이득! 반대로 간혹 키위 주스를 시키면서 설탕을 빼달라는 손님이 계신데, 열에 아홉은 너무 써서 못마시고 버리게 되니 참고하도록 하자.

그렇게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토스트가게에서,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진 재밌는 일들이 많았다. 우선 3끼를 꼬박꼬박 공짜로 챙겨먹는다. 토스트가게에 넘치는게 빵과 우유이기 때문에 아침식사는 알아서 토스트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점심식사는 당연히 배달주문 해준다. 그리고 편의점에 출근하면 저녁식사까지 제공해 주고, 퇴근할 때 폐기 처리한 식품들이 쏟아져 나와 간식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가끔씩 필자의 얼굴을 쳐다보는 경우가 있는데,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손님은 “혹시 쌍둥이세요?”라고 물어보신다. 자기는 분명 낮에 똑같이 생긴 사람한테 토스트를 받았다고 신기해 하시는데, 가볍게 웃으면서 “그게 저예요~”라고 말씀드리면 다들 놀라면서 웃으신다. 그리고 어김없이 열심히 산다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마지막으로 주 6일로 종일 일하니까 잠도 잘오고 돈도 금방 모을 수 있었다. 당시에 필자는 술도 안마셨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라 틈틈히 책을 읽으면서 여행도 하고 경험과 추억도 많이 쌓을 수 있어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지금도 카톡 친구목록에 계시는 누나… 그리고 저희 가게를 방문하여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항상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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